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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책 나라'에 푹 빠진 행복한 아이들-진주어린이전문도서관, 기독육아원을 찾아서 | 자유게시판 2007.08.17 10:08:17
관리자 
http://www.gnnews.co.kr/view.php?section=SEFH&no=166898
 

이틀동안 내내 내렸던 비가 거짓말처럼 딱 그치자 후덥지근하던 저녁 공기도 덩달아 상쾌해졌다. 환한 조명이 강을 이루는 진주시 평거동의 번화가를 지나 어둑어둑한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니 저 멀리 빨간 십자가와 ‘진주기독육아원’이라고 쓰인 명패가 보인다.

 육아원의 저녁 풍경은 늘 부산해 보인다. 학교를 일찍 마친 동생들과 이제 막 육아원으로 귀가한 언니들이 삼삼오오 식당으로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나면 더욱 그렇다. 건물내 여기저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하루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말 꽃을 피운다. 더러는 극성스러운(?) 몸짓으로 설명해야 하는 일도 있고, “응, 응”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의 끄덕임도 덩달아 빨라진다.

 늘 이렇듯 육아원의 저녁은 생기가 넘치지만 오늘은 더욱 그렇다. 소문난 개구쟁이, 말괄량이들은 그렇다치고 늘 조용한 수영이까지 엄마들에게 매달려 떼를 쓴다.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성준이도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승희도 벽시계를 자꾸 흘끔거리는 걸 보니 뭔가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싫어하던 녀석들이…”=시계 시침이 7시에 가까워졌을 때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성준이가 사무실로 우당탕 뛰어 들어오더니 “도서관 열쇠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른다. 손을 내밀며 껑충껑충 뛰는 성준이 뒤를 살펴보니 또래 녀석들이 줄을 맞춰 올망졸망 서있다. 선생님에게 열쇠를 받아든 아이들은 다시 요란스럽게 지하에 있는 도서관으로 뛰어간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바쁘냐는 선생님의 물음에는 대답도 없이.

 선생님들의 증언(?)에 따르면, 몇 주 전부터 육아원의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날이 바뀌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일요일만 목빼고 기다리던 녀석들이 화요일과 토요일만 되면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른다. 이유가 뭐냐고.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책 읽어주는 선생님들이 육아원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육아원 아이들이 책을 잘 안 읽어서 걱정”이라는 선생님들의 푸념이 생각나 다시 물었다. “책이라구요?”

 아이들을 위한 책 읽기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달 2일. 그 이후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마다 유아반과 초등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재)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이 주최한 ‘2007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사업’에 선정된 진주 어린이전문도서관은 기독육아원 아이들을 위해 독서 전문교사를 파견했다. 이른바, 책을 이용한 ‘독서 교육 및 치료’가 시작된 것이다. 진주기독육아원의 김은숙 교사는 “일반 가정에 비해 책을 가깝게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며 “약 200만원 상당의 책까지 같이 기증받았다”고 말했다. 고맙게 받은 책들은 독서 전문교사들의 조언에 따라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일단 한 권씩 나눠줬다. 김 교사는 “‘이 책은 내꺼’라는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책의 소중함을 점차 깨닫는 것 같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책 통해 꿈의 세계로=지하 도서실에 내려가보니 초등학생 저학년 수업이 이미 시작됐다. 오늘, 아이들을 책의 나라로 이끌 사람은 박해선 교사. 박 교사는 또다른 담당자인 김선미 교사와 함께 번갈아 가며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많이 다르지만 둘 다 공통점은 있다. 두 선생님 모두 아이들을 꿈으로 이끄는 무서운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선생님 안 보고 싶었어? 난 니들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의 상냥한 목소리에 잠시 주눅이 들었던 아이들이 금세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책 읽어주세요” “머리 아파요” “쟤가 방금 나 때렸어요” 귀가 멍멍할 정도로 떼를 쓰는 아이들 뒤로 육아원 보조 교사가 스윽 나타난다. “니들 선생님 말씀 안 들을거야?” 아이들을 일일이 얼르고 달랜 후에야 선생님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불과 30초지만 물좋은 물건이 쏟아진 경매장이라도 잠시 들렀다 온 기분이다.

 하지만 앞에 선 선생님은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워낙 또래 아이들을 많이 다뤄온 베테랑일 뿐더러 아이들을 달랠 수 있는 효과 만점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책 읽어줄까?”

 ◇“쥐는 콩 싫어해요”=지난 5주간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좀처럼 겪어보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수업을 받았다. 첫주, ‘진짜 못생긴 벌레 ’라는 동화를 읽으면서 ‘나는 누굴까?’라고 고민을 시작한 아이들은 ‘강아지 똥’을 통해 가치로운 삶을 배웠으며 ‘통일의 숲이 자라는 숲’을 통해 전쟁이 TV에서 보는 것 만큼 멋진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독서 교실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책에 나오는 불가사리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한반도기도 직접 그렸다. 지난주에는 어린이전문도서관을 단체로 찾아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단다.

 오늘의 수업은 동시 감상 및 창작노래 배우기. 선생님의 지명을 받은 혜성이가 낭랑한 목소리로 동시를 읽기 시작한다.

 “굴러간 저 콩 잡아라…콩, 콩 너는 죽었다” 콩타작 중 마당으로 굴러간 콩이 그만 쥐구멍으로 쏙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여러분, 콩이 왜 죽었을까요?” (도리도리) “왜 콩이 쥐구멍에 들어가면 안될까요?” (도리도리) “쥐가 콩을 좋아할까요, 안 좋아할까요?” 내내 침묵을 지키던 아이들이 그제야 입을 모아 대답한다. “안 좋아해요” 기대에 어긋난(?) 대답에 앞에 선 선생님도 뒤에 서있던 선생님도 풉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들이 만났던 쥐들은 죄다 콩을 싫어했던 모양이다.

 ◇“책 읽어주세요”=동시 ‘바람개비’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색종이로 직접 바람개비까지 만들고 난 후에야 저학년 수업이 끝났다. 8시가 되기도 전에 계단쪽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도서실로 들어왔다. 채 다 먹지도 못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있는 아이들도 드문드문 보이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이 급하긴 급했나보다. 들어오자마자 떠드는 모습이 겉보기엔 저학년들이랑 큰 차이가 없지만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떼쓰는 방법이 따로 있다. “책 읽어주세요”라고 졸라대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옛날 옛적에…”라는 말에 거짓말같이 입을 다물었다.

 “어느 성탄절 전날, 마당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던 아기돼지들이 마음씨 나쁜 늑대에게 잡혀 잡아먹일 뻔 했단다. 그런데 늑대는 부러진 트리에 발이 걸려 크게 다치고 걱정이 된 돼지들은 늑대의 온 몸을 붕대로 감고 정성껏 간호했지. 침대 위에서 눈을 뜬 늑대는 분한 마음이 들어 ‘몸만 나으면 니 녀석들을 다 잡아먹어 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지만 입을 감은 붕대때문에 웅얼거리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어. 마음씨 착한 아기돼지들은 늑대가 많이 아파서 그런줄 알고 더 정성껏 간호했단다. 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샌 늑대는 이른 아침 아기돼지들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서면서 혼자 중얼거리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이야”

 넋이 나간 듯, 그림 속 늑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났다.

 ◇“책 접하는 기회 주고싶어”=독서 프로그램은 오는 8월 초 ‘책 먹는 여우’와 함께 쿠키를 먹는 시간과 함께 끝날 예정이지만,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눈으로 목격한 육아원 선생님들이 쉽게 놓아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은숙 교사는 “가정에 있는 엄마처럼 옆에서 일일이 신경을 써줄 수 없는 게 신경쓰인다”며 “기회를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즐거운 독서를 더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굴러간 콩이랑 나쁜 늑대, 반쪽이를 만났고 생각보다는 좀 더 복잡할지도 모를 세상에 대해 조금 더 배웠다.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선생님을 배웅하러 나선 모습이, 늑대에게 손을 흔드는 아기돼지들 같이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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